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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3호] 살아가는 이야기 - 양시영 회원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2:57 669 0
  • - 첨부파일 : 2105761435_69c91125_28167E1729BBECBEC6B0A1B4C2C0CCBEDFB1E2.jpg (785.8K)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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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늘이다

양시영 (인드라망 회원)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집마다 아침시간은 비상일 것이다. 그 중 제일 먼저 부딪치는 '잠 깨우기'는 그날 집안의 희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우울한 날 아이에게 기분이 어떠냐물으니 "나도 즐겁게 학교에 가고 싶어요" 라고 한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본은 '기다릴 수 있는 힘'이다.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 하고 있다. 인내천,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생각으로 어른이든 아이든, 남자든 여자든 하늘이다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다. 그 마음으로 아이 잠 깨우기를 한다. 어깨부터 온몸을 주무르고 기지개도 켜서 몸을 늘리면서 "하늘님 일어나세요. 밤새 안녕하셨나요, 하늘님" 하며 진정한 마음과 정성을 쏟아 잠을 깨운다.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하늘과 하늘이 대화하는 것이다.


9월 3일 국립국악원에서는 <동해안저승혼례굿>이 있었다. 혼인을 하지 못 하고 고인이 된 처녀와 총각 영혼을 맺어 주는 굿이다. 굿이란 맺힌 것을 푸는 것이다.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풀려고 하는 집회 등도 하나의 굿판이다. 무녀의 정성은 신과 함께 귀신, 잡신 까지도 극진히 모시며 정화의 잔치를 벌인다. 굿을 하는 동안 자발적으로 꼬깃꼬깃한 지폐를 무녀나 제상에 드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제3자의 굿을 통해 자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모든 일상이 굿적인 현상 속에 있다. 혼인 못한 아이 죽음을 달래기 위한 무녀 역할은 신이기도 하고, 아이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다. '굿도 보고 떡도 먹자'는 말처럼 잔치 한 마당은 눈물과 흥과 풍요로움이 종합적으로 펼쳐져 하늘의 뜻을 알아 가는 아이 같은 마음이 가득하다.


살림을 풀이하면 살리다이다. 다스림이란 다 살린다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현실 속에서 가정살림부터 세계살림까지 모두 잘 다스리고 살리는 관계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모두 살 수 있다. '자연스러움'을 유지하고 서로를 껴안을 수 있을 때.



<시>          

사람이 사람을


1

새끼손가락 피를 보고도 놀라 반창고 빨간약 연고 야단법석으로 

멈추게 멈추게 하여 평온 찾은 밤 펑펑 쏟아지는 폭탄에 바로바로

뿜는 피주머니 안고 이리저리 헤맬 필요 없이 그 자리에 관을

세우고 국기를 세우고 말라버린 피 세운다 밤낮없이 좋은 전쟁

외치며 피를 찾아가는 순례길 주인인 듯 손님인 듯 속이다 속이다

피웅덩이 들쑤신다


2

피를 살리기 전 흙을 살리자며 똥을 살리자며 소걸음 게걸음으로

따뜻한 피를 모으고 있는 하늘부자 똥가루 뿌리며 벼 이삭 키운다

맑은 미소 띄우고 물과땅 넘나들며 송글송글 피 키우는 하늘부자여

맛나게 만들어 어디에서든 떳떳하게 주인으로 피어날 향기 웅실웅실

동네잔치 세상잔치 벌린 마음으로 살린다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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