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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3호] 칼럼 - 다양한 가족선택권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09 67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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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족선택권?

신이찬희 (한국여성민우회) 



몇 년 전 비(미)1)혼으로, 딸과 함께 귀농한 선배언니네 다니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새로운 터전에서의 힘듦에 대해 물었다. 고단한 노동, 변변한 이동수단 없음, 빠듯한 경제 등 무수히 많았지만 그 중 제일 힘든 것이 모녀의 삶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며 이러저러한 참견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비(미)혼의 삶, 아이와 힘겹게 시작하는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다양한 가족선택권이 있다고 열심히 외치고 활동해 온 나였지만, 선배언니의 현실 앞에, 우리의 활동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아득하기만 했었다.


1999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정상가족2)’ 모델로 고통 받는 가족들을 위해, 우리사회의 다양한 가족모델이 있음을 알려내고, 그들의 삶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열린 가족 이야기 한마당’이란 축제를 열었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부모가족3)’, ‘조손부모가족’, ‘공동체가족’, ‘소년소녀가족’, ‘비(미)혼가족’, ‘동성애가족’ 등 다양한 가족들이 모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었다.


그들도 가족내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다른 가족들처럼 살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이라고 했다. 살다보면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다툼도 그들이 하면 ‘결손가정’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 바라보는 사회의 선입견 때문에 고통 받고 있었다. 어떤 한부모는 쌍둥이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한부모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 ‘아이들이 참 활발하네요’ 했던 선생님이 나중에 한부모가족의 아이라는 사실을 아시고는 ‘어쩐지 아이들 정서가 불안한 것 같았다’고 이야기 해 가슴이 너무 아팠다는 사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만든 대안공동체 가족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부모 없는 측은한 아이들로 상정하고 바라보며 신경써주는 주변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들이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가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떨까?

아직도 우리는 ‘가족’이란 것을 교과서나 표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아버지와 엄마, 아들과 딸이 있는 그 모습으로만 기억하는 건 아닐까? 꼭 그렇게 기억하지는 않는다 해도 마음 속 깊이 그런 모습이어야 바람직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 사례를 보면, 가족은 가족구성원이 서로 얼마나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아직까지 혈연 중심으로 구성된 가족이 많은 우리 사회지만 앞으로는 개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가족을 선택하고, 구성하고, 유지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가족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인정되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그런 가족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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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미혼의 의미를 자발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아 사용한다.

2) 흔히 양쪽 부모와 아이가 있는 핵가족 모델을 기준으로.

3) 한부모: 하나로도 크다, 넓다, 온전하다는 의미의 순 우리말로 한부모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여성민우회에서 1999년부터 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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