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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3호] 삶과 불교 - 지홍스님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11 66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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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본래 성품

지홍스님 (인드라망공동체 공동대표, 불광사 회주) 



호랑이보다 무서운 곷감 이야기를 다 아실겁니다. 그 끝은 기억하시나요? 자기보다 무서운 곷감이 있음을 알고 달아나는 호랑이 위로, 담벼락에 있던 도둑놈이 떨어집니다. 호랑이를 소로 알았던 도둑놈이 나중에 자기가 올라탄 놈이 호랑이인줄 알고는 호랑이 등위에서 떨어지지도, 매달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호랑이를 소로 볼 때와 호랑이를 호랑이로 볼 때의 도둑놈, 바로 우리의 인생살이일 수 있습니다.


우습구나 소를 탄 사람이여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구나

그림자 없는 나무 베어다가

바닷물 몽땅 태워 말린다네


조선시대 서산 스님의 제자인 소요스님(1562-1649)의 선시입니다. 예부터 불교에서는 소를 찾는 것이 자기 본래 성품을 본다고 하여 깨달음에 대한 비유로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지금도 어느 절 어느 법당 벽화로 그려져 있는 십우도(十牛圖)가 대표적이지요.

소요 스님은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다’라는 기막힌 말씀을 하셨습니다. 흔히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찾는 중생들의 삶을 비유하신 것입니다. 여기에 한마디 붙인다면 청명한 거울에 먼지 하나 얹는 꼴이 되겠지요.


세상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삶은 사람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삶의 굴곡을 가지며, 그리고 그 굴곡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곤 합니다. 그냥 평평한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의 삶도 내 삶만큼이나 많은 굴곡이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아주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계곡과 능선을 걸어야 하지요. 계곡은 높고 깊은 수많은 굴곡입니다. 계곡을 오르기 위해서는 때로는 쉬었다 가야하고, 때로는 ‘정상이 저만큼인데’하면서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내면서 올라가기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정상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바로 정상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그 외에 다른 길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게 걸어가는 내 몸뚱아리를 벗어난 다른 그림자, 다른 삶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들은 이 인생을 곷감이 무서워 달아나는 호랑이로 보고 있는지, 소로 보고 있는지 심사숙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소 위에 올라타고서 소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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