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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3호] 귀농자탐방 - 경북 봉화 차정원/장창호씨 가족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15 7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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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을 사랑하는 아이들처럼

김순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차정원 장창호씨 부부는 2000년 귀농을 결심해 단양으로 이사를 갔다가 2003년 다시 봉화로 옮겼다. 5가족이 모여 공동체를 해보자며 의기투합해 봉화에 땅을 사고 첫 번째로 장창호씨 가족이 내려와 터를 집은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벌이고 있는 일도 많고 장창호씨가 인드라망 현장귀농학교 선생님이기도 해서 할 말이 많기도 하지만 이번엔 아이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가족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귀농의 또 다른 얼굴이 그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편견이 없다

울글불긋한 사과밭을 지나 올라가는 길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꼬미가 먼저 와서 반긴다. 뒤따라 쫒아 내려오는 이집 둘째 딸 희지. 집으로 들어가니 아빠가 챙겨온 장바구니에서 냉큼 무엇인가를 꺼내 가슴에 안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뭔가 봤더니 커다란 햄이다. 점심이 다 차려질 동안 희수의 품안에 안겨있던 햄이 지글지글 튀겨진다. 구수한 냄새 맡으며 기대에 가득한 얼굴로 밥상에 앉은 희지, 그러나 얼마 안가 맛이 없다는 불만 섞인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이, 좀 비싸더라도 맛있는 햄으로 사오지. 이거 몇 달만에 먹어보는 건데.” 

이집 마나님 차정원씨 타박에 장창호씨의 궁색한 변명이 이어진다.

“맛 없는거 사와야 다시 먹겠다는 소릴 안하지. 좋은 것도 아닌데...”

장에 가서 맛없는 햄을 사와도 희지는 볼멘소리 없이 다시 명랑해 진다. 몇 달만에 먹어보는 햄이 맛이 없어도 무슨 상관이랴, 아래 언덕에 희지가 좋아하는 밤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말이다. 

장창호씨 가족은 얼마전에 손수지은 지은 살림집에서 명지와 희지 두 아이와 생활하고 있다. 두 아이 모두 학교에 가지 않는 홈스쿨러들이다. 집에 찾아간 날 첫째 명지는 친구집에 가고 없었다.


“홈스쿨을 하면 아무래도 친구가 없어요. 그런데 몇해 전에 홈스쿨하는 사람들 모여서 하는 여름캠프에 참여했거든요. 거기서 홈스쿨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더라구요. 친구가 없다가 생겨서 그런가 그렇게 친구를 사귀고 나니까 이 녀석들이 친구집에 떼로 몰려다니면서 며칠씩 묵고 그래요.”


우리가 찾아간 날은 명지가 집에 오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친구가 붙잡는다며 다음날 오겠다고 전화가 온다. 그렇게 날듯이 친구를 만나며 조금씩 부모 품을 벗어나보는 명지에 비해 어린 희수는 아직 집에 있는 강아지 고양이와 친구하는 시간이 많다. 특히 강아지 장난이 귀찮아지면 위협으로 응수하는 대담한 이 집 고양이는 애정이 많이 가는 친구다. 희수가 좋아하는 밤을 따고 올라오는 길 고양이가 길가에서 멀뚱히 올라오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발 앞에 새끼쥐를 잡아 놓고 있다. 혼비백산, 줄행랑을 치는 내 뒤로 희수가 깔깔거리며 쫓아온다. 앞으로 쑥 다가오더니 죽은 새끼쥐를 손안에 쥐고 보라며 불쑥 내민다. 아주 죽을 맛이다. 옆에서 장창호씨가 희지와 나 사이에 의사소통을 해주신다.


“명지랑 희지랑 그렇게 쥐를 귀여워해요. 아이들은 편견이 없어서 그런거예요. 그러면서 개구리는 무척 싫어하거든. 하하...”


희지는 날 놀리려고 했던게 아니라 정말 귀여운 쥐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슬적 쳐다보니 작은 쥐가 불쌍하긴 해도 징그러워 보이진 않는다. 음, 편견을 없앤다면 쥐가 햄스터처럼 보일수도 있겠구나 싶다. 세상의 편견과 잣대가 아니라 나의 생각과 잣대가 만들어지는 세상살기, 이것이 홈스쿨을 선택하는 이유일까.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달라질까요

사실 차정원씨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었을때 사람들은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니 더 잘 가르치겠다면 부러워 했다. 그러나 정작 엄마의 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가 이렇게 자라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면 어쩌나, 앞으로 살면서 어려운 일이 많이 닥칠텐데 쉽게 포기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처음엔 나름으로 공부를 시켜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바쁜 농사일에 아이를 일일이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았고 학교처럼 시간표를 짜서 공부를 시키다 보니 집이 또다른 학교가 되어 아이가 싫어하더란다. 결국 한달만에 아이와 엄마 모두 포기하고 ‘내버려두는’ 길을 선택했다.


그 와중에 아이는 동네에 자기 또래가 없는 이유나 왜 이렇게 깊은 산에 와서 살게되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부모는 나름대로 설명해 주긴 했지만 얼마나 받아들이는 지는 알 수 없었단다. 그렇게 아이와 부대끼면 지내온 4년의 시간, 아이가 훌쩍 자란 만큼 부모도 ‘대학이 아닌 삶을 향한 교육’을 이야기할 만큼 넉넉하고 편안해져 있었다.



가난한 부모를 받아들이는 아이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선택할 때 어려워 하는 문제 중 하나가 아이들 교육이다. 도시와는 다른 교육환경에 아이도 부모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많다. 홈스쿨을 해도 대안교육을 해도 우리아이를 좀 더 멋진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욕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마음껏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가 다르겠는가. 그러나 빠듯한 농가살림살이에 그렇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귀농을 선택한 차정원 장창호씨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보며 두려움과 욕심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장에 우리 아이의 모습은 벌써 4년째 백수 쿨러다. 내년이면 16살이다. 학교를 다녔으면 시험공부에 매달리며 엄청 바쁘게 살고 있을 나이인데 아이는 그냥 놀고 있다. 아이에 대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 부모라면 속이 터져 문드러질 상태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나는 성장을 느낀다. 아이의 사는 힘을 느낀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성공 사례를 보면서 그리 마음이 상하지 않나보다. 


이 아이는 어쨌든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있다. 가난한 부모를 받아들이고 있다. 가난한 주변환경을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가끔 걱정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고 사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엄마 걱정마 백수로 안살께. 크면 농사라도 같이 지을테니."한다. 


농사는 무슨, 나도 적응이 잘 안되는데. 나나 아이 아빠가 귀농한 삶에 잘 적응을 하고 안정감을 느끼면서 아이와 좀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게 되면 아이는 우리 삶에 동반자로 자라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부모가 자기 삶을 잘 가꾸면 아이는 그 삶을 유산으로 물려받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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