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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4호] 귀농자탐방 - 실상귀농학교 6기 박용주님

인드라망사무처
2022-11-27 23:18 69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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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수 민채네 사과 박용주, 이귀라입니다 

- 실상사귀농학교 6기 박용주 -

김순정 (인드라망 소식지기) 



박용주, 이귀라 부부는 장수에서 3,500평 사과농사를 짓는다. 홍로와 명월이라는 품종을 심어 가꾸는데 모두 추석 무렵 따서 그 무렵 소비하는 추석사과다. 사과 선별기도 없고 저장고도 따로 없어 수확 후 1주일 이내 판매해야만 한다. 경매시장에 상자 째 갖다 넘기면 근심이 적겠지만 사과농사 4년째 줄곧 직거래만을 하고 있으니 사과를 따면서 한해 농사 무사히 지었다는 기쁨과 함께 저게 안 팔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동시에 시작되는 셈이다. 이 걱정을 잠재우듯 작업장 한가득 쌓여있던 사과들이 알음알음 주인 찾아 떠나고 나면 이 집 안주인은 그런 생각을 한단다. “하늘은 한걸음도 아니고 딱 반걸음씩 앞으로 나가도록 해주는 것 같아요. 나눌 수 있을 만큼만 주죠. 너무 욕심 부리지 않도록 말예요...”



귀농학교에서도 말렸던 사과농사

박용주씨는 실상사귀농학교를 다니던 무렵 사과농사를 짓는 농가를 방문해 보고 사과농사를 지어야겠다 마음먹었단다. 사과는 다른 과일에 비해 당도가 높고 향이 좋아 균이나 벌레가 많이 끼어 저농약으로도 어렵게 농사를 짓는 과일이었다. 당시엔 무농약사과가 없었으니 한번 도전해보면 좋겠다 싶었던 것이다.


사과농사를 지어 10년 안에 무농약사과를 내겠다는 박용주씨 말에 귀농학교 사람들도 어려울 것이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단다. 아내인 이귀라씨도 그렇게 되면 처음엔 농약을 해야 하니 싫다며 반대했지만 무농약사과를 하겠다는 박용주씨의 설득에 마음을 내었다고 한다. 마침 박용주씨의 고향은 임실이고 이귀라씨의 고향은 전주라 사과농사를 지어야겠다 마음먹은 뒤로는 고향 가까운 곳을 열심히 찾다가 무주 진안을 거쳐 장수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장수에 과수원이 나오자 도시에서 가지고 있던 집을 판 돈으로 과감하게 3500평 사과과수원을 샀다. 귀농자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은지라 좋은밭은 살 수 없고 서울사는 주인이 왔다갔다 하며 돌보던 과수원을 살수 있었다.


“주인이 꼼꼼하게 관리하던 밭이라면 나오지도 않았을거예요. 과수원은 잘 안 나오거든. 오히려 무심히 돌보던 과수원이라 제초제를 치지 않아 다행인지도 몰라요.”


제초제를 치지 않아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농약을 적게 뿌려 수확량이 적은데 거기다 나무까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 첫해 수확량은 20%정도였다. 사과농사 4년째 들어서니 나무도 정리가 되고 수확량이 늘어 한해 살림살이를 꾸려갈 만 해 졌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단다. 


“귀농해서 가장 큰 콤플렉스가 아직도 아파트에 산다는 것과 아직 농약을 사용한다는 거예요. 처음엔 농약칠때마다 얼마나 싸웠다구요. 이럴려구 귀농했냐고 하면서...”

아내 이귀라씨의 말이다. 지금도 다른 저농약사과에 비해 농약을 적게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편치못하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싶지만 관행농을 하던 나무는 바로 무농약으로 바꾸면 나무가 망가져 서서히 무농약으로 가야 한다. 무농약을 하면 지금으로선 수확량이 많이 떨어져 가격을 높여야 하니 먹는사람에게도 부담이다. 지금은 농약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확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나무를 튼튼히 하고 기술을 춘 뒤 무농약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귀농 후 10년 이내에 무농약 사과농사를 짓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내가 정성들여 지으면 알아주는 사람이 생겨요

“사과를 받아서 먹은 친구가 우리사과는 껍질째 먹으니 묵은 변비가 쑥 내려간다고 좋아하네, 하하...”


사과포장중에 전화를 받고 이귀라씨가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직거래로 전량을 소비시키는 민채네 사과는 사과 키우는 일 말고도 할일이 많다. 주문도 직접 받고 선별하고 포장하고 택배로 보내기까지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사과를 수확하는 추석 즈음에는 밤늦도록 일하는 것도 피할수 없다. 가까이 사는 장수 하늘소마을 사람들이 도와주러 와서 하는 말이 야근하는거 싫어서 시골에 왔는데 시골에 와서 야근해 보긴 처음이라고 했다나. 이렇게 농사만 잘 지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어려움도 많을 텐데 직거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매년 다시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직거래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하나 막막해서 안될것 같죠. 그런데 되더라구요. 내가 정성들여 농사를 지으면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구요. 작년에 주문한 사람들이 민채네 사과 맛있다면서 올해 또 주문해요. 얼굴은 못봤지만 전화통화만 해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직거래는 소비자도 살고 생산자도 사는 방법이예요. 귀농자들이 직거래방식을 잘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박용주씨도 첫해부터 직거래를 했던 것은 아니다. 첫해엔 잘 몰라 사과 선별작업을 맡겼더니 그대로 경매시장에 포장돼 나가버렸다. 다음해엔 사과를 수확해 아는 친구들에게 농사지은 거라며 먹어보라 보냈다. 사과를 먹어본 친구들이 주변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며 민채네 사과가 나가기 시작했다. 친구 중에 교사가 많고 추석사과라 선물용으로 나가니 대량 구매가 많았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렇게 인연 맺은 사람들이 지금껏 이어지는 것이 직거래 계속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직거래의 재미가 또 하나 있다면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민채네 사과가격은 경매가격과 소비자가의 중간쯤으로 정해져 있다. 이 가격은 동생이 사는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사과를 먹어본 뒤 가늠해 결정한 가격으로 3년 째 변함 없이 가고 있다고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사물에 대해 직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직거래의 재미 아니겠냐고 비싸게 받기 보다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 사과를 보내고 싶다고 한다.



기도하는 농부

박용주, 이귀라 부부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처음엔 아이들만 대안학교에 보내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변산공동체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윤구병선생이 하는 말이 “내려와서 3박 4일 만 살아보세요”하더란다. 그 때는 그 말 뜻을 몰랐는데 고민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 교육 문제는 교육형태가 달라진다고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삶 전체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원경선선생의 기도하는 농부를 삶의 목표로 정하고 원경선선생이 계시는 남양주로 출발하려던 날 폭설이 내려 가지 못하고 대신 귀농학교 모집공고를 보고 귀농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으니 이것도 참 재미있는 인연이다 싶었다.


귀농을 이끌어준 아이들은 시골학교와 대안학교를 오가며 나름대로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귀라씨의 말처럼 아직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랄까. 사과밭 옆에 집을 지어야 하는데 아직 여의치 않아 장계면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짜투리 시간 활용도 어렵고 아이들이 오가기 어려워 바쁠 때는 저녁까지 아이들끼리 있어야 한다. 조만간 사과밭 한귀퉁이에 집을 지으면 사과나무 사이를 오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기도하듯 농사짓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 삶도 깊어지고 민채네 사과향도 더 향긋해 지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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